향수 뭐 써요?
물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가끔 우연히 이곳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이름 모를 사람의 쓸데없는 관심일 것이었다. 해사하니 옅은, 처음 맡는 향은, 수수한 듯 주의 흩트리는 데가 있어서 그 잠깐의 시간으로 혼자 괜히 어색해졌다.
이쪽에서는 낯이 익게 된 지 꽤 되었다. 무심결에 닿은 척, 가벼운 곁눈질.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느긋하게 옮기는 시선. 뒤따라 걷게 되는 일이 있을 때에 서야 비로소 고개를 바로 들고 시선 자유로이 바라보곤 하였다. 소리 내지 않는 가벼운 발걸음, 선이 잘 맞아떨어지는 단정한 옷차림, 깔끔한 길이의 머리.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있다면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는 등이었다. 그 흔한 뒷모습에 사실,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 자리 건너에 있다. 그러나 옆은 볼 수가 없었다. 잔뜩 의식한 탓이었다. 작게 이는 바람에도 향수 냄새는 얄궂게 잘도 전해져 와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렸다. 뜻 모를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이국 작가의 글에는 이미 정신 떠난 지도 오래. 87쪽 모서리는 땀에 절어 울었다. 읽히지 않는 펼쳐 놓은 책 위에 엎드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향은 더없이 좋았으나, 소리 나지 않도록 숨을 천천히 내쉬어야 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 반복하니 가슴께가 답답한 게 숨도 모자란 듯싶었다. 그만두고 호흡을 고르는 동안 성도착증 환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TU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