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소도시에 패스트푸드점이라고는 L사 하나 뿐이었다. 당연히 비교대상이 있을 수 없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L사의 햄버거를 최하위로 치니까 덩달아 얕잡아보았던 것 같다. 카페에 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노라면 지나갔던 사람들을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는 그 작은 시내는, 내가 봐도 같은 업종의 또 다른 브랜드가 노림직한 시장은 아니었다(그 카페도 아는 사람 한 둘은 꼭 마주치던 만남의 장소였지). 그런 곳에 맛없다는 L사가 먼저 들어서버렸으니, 더 나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사실 그당시 용돈으로 햄버거는 사치였고, 부족한 돈 쪼개고 쪼개어 먹는 데에 쓸 바에야 다른 곳에 썼었지만. 그런 것치고 카페는 잘도 갔네.
지금 사는 이 동네도 L사 지점만 2개였다. 그러다 작년, B사 지점 오픈. 신난다, 선택권이 생겼어! 무려 B사야! 왠지 프리미엄! 하지만 특출날 것 없는 맛에 조금 실망했다. B사 햄버거를 먹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새삼 실망. 내게 조금 각별한 의미로 남아있는 K사의 ㅈㄱ버거를 몇 년만에 다시 먹었을 때도 당황했다. 이상하다. L사의 ㅎ ㅋㄹ스피 버거가 더 맛있잖아. L사의 맛이 결코 나쁜 편이 아니었어. 나의 입맛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독과점의 맛에 길들여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