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AME

Wii :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 (2009)

젤다의 전설 플레이 이력은 '몽환의 모래시계(NDS, 2008)'가 유일한데, 그마저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거의 없다. 재미는 있었으나 2회차는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지금 하기엔 더욱 피곤할 게임이라는 인상만 희미하게 남아있다. 하물며 모션 인식 리모컨과 눈차크, 이 두 개의 컨트롤러를 각각 양손에 쥐어야 하는 Wii의 젤다는, 보통 이하의 손놀림을 가진 내가 선뜻 손대기 부담스러운 게임임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Wii는 덜컥 샀고, 게임 소프트도 더 사고 싶고, 그렇다면 닌텐도 킬링 타이틀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나 싶어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와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그리고 '슈퍼 마리오 Wii 갤럭시 어드벤처'를 샀다. 클리어 전망도 불투명한 게임을 세 개 동시에 지르는 이 패기! 그것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사고 싶어서! NDSL로 제일 오랜 시간 즐겁게 했던 건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NDS, 2007)' 이었지만, 그때 너무 열심히 해서 동숲은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슈마갤은 간간이 해보기로 하고, 젤다는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먼저 발매한 황공부터 하는 걸로 결정.


매뉴얼이 없는 셀렉츠 라인업, 패키지의 금장은 정말로 장식인 염가판. '셀렉츠=인기 타이틀 재발매 특별판'쯤으로 착각했다가 실망했다. CD 프린팅도 다소 무성의해 보여 간소화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셀렉츠 발매 전에는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치솟았다고 하니 재발매 해줬다는 것에 감사해야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매뉴얼 정독하는 스타일 아닌데도, 후에 닌텐도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아봤다. 없으면 서운할 만한 볼륨이었다.


공략을 되도록 안 보려고 했지만, 나중엔 막힌 것 같으면 그냥 찾아봤다. 이미 같은 방법으로 시도했었는데 다른 검을 착용하고 있었다거나, 몇 걸음 모자랐다거나, 공략 안 볼 수 있었던 것들에 허탈해하기도 했고, 안 봤으면 해결 못 했을 것들엔 할 말을 잃기도 했다. 일단은 스토리 위주로 진행한 후에,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놓치거나 못다 한 요소들 느긋하게 해보고 싶었는데, 클리어한 게 저장이 안 되어 의욕 상실. 생각해보면 저장이 되어도 곤란한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다못해 보스룸 직전에라도 저장했을 텐데. 다시 해볼 요량이었던 것들은 영상 찾아보는 것에 그쳤고, 의욕이 꺾여 근시일 내에 더는 안 할 것 같으므로 지금 정리.


플레이 타임 : 약 70시간. 세이브 파일이 없으니 정확하진 않음.

필살기 : 6/7. 배우기는 했는데 제대로 익히질 않아 뭐가 빠졌는지 공략을 봐도 모르겠음.

아이템 획득 및 업그레이드 : 스토리 외의 아이템은 폭탄 주머니만 다 모은 듯.

하트 : 15~16/20. 어차피 첫 시도에 못 잡을 보스는 하트가 20개여도 안 됨.

곤충 : 70~80% 정도.

고스트혼 : 60%?

미니게임 : 시도는 거의 다 해본 것 같은데 보상받은 건 몇 없음.


이렇게 가벼운(시간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플레이로 클리어한 소감은,


- 그래픽이 예상보다 괜찮았다. 몇 년 지난 닌텐도 게임이라고 너무 기대를 안 했었나.

- OST도 좋다! 그런데 지금은 마로마트만 기억난다.

- 세로 배열 키의 리모컨이 다소 불편, 눈차크도 적응에 시간이 좀 걸렸다. 회전베기가 늦게 나감.

- 점프를 잘 못 해서 많이 떨어졌다. 이건 2D 게임에서도 잘 못 하던 거라, 게임 시작 전의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 마상전, 수중전에서 고전. 하이랄 평원의 멧돼지들, 마차 호위, 호수의 신전 옥타일 $%^%&#!

- 시야 확보, 시점 전환(리모컨 감도 최대)이 마음처럼 되질 않아 대형 보스몹이 힘겨웠다. 옥타일 @#^$%&!

- 포인터도 답답. z주목이 없었다면 못했을 거다.

- 아줌마는 고마운 존재지만 너무 괴이하고 소름 돋게 생겼다.

- 어디르 마을 역할을 카카리코 마을이 한 것 같다. 카리카코, 카키리코, 이름이 많이 헷갈렸다.

- 중반부터는 워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편했다.

- 수집과 탐색에 소홀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필드 나갈 일이 많지 않았다. 특히 겔드 사막.

- 의외로 보스전이 쉬웠다. 던전 안을 헤매고 헤매어 보스룸 앞에 다다른 것이 허무할 정도. 어디까지나 '의외'의 난이도였다는 것이지, 쉽고 빠르게 잡은 건 아니었다. 옥타일 &~#^@&!

- 상대적으로 중간보스가 어려웠다. 스노우피크의 폐허에서는 공간도 좁아 울 뻔.

- 스노우피크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방식이 신선해 쉬어가는 챕터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고, 힘들었다.

- 방향 감각이 없어서 지도를 보고도 길을 못 찾았다. 특히 천공섬. 2층 이상 연결된 방이 너무 싫다. 숲의 성역은 지도도 없어서 빙빙 돌았다. 두 번을 가도 빙빙.

- 타임어택 미션 힘들다.

- 젠트가 예상을 한참 빗나간 모습이라 충격. 1페이즈에 공격 타이밍을 못 잡아 공략 봤는데, 6페이즈까지 있단 말에 겁먹고 전부 다 보고 나서 했더니, 제일 쉽고 재미있었다.

- 하이랄 성은 마지막 던전인데 보스룸이 너무 일찍 나와 당황. 다시 보기 싫었던 중간보스들 또 마주쳐서 짜증 났는데 그래도 두 번째라 조금 할만해 졌다. 어둠의 궁전도 그렇고, 막바지치고는 던전 길이가 짧았다. 길었으면 지쳤을 텐데 막상 이렇게 나오니 또 아쉬움. 그래도 이제까지의 던전 요소들을 잘 정리해서 넣은 것 같다.

- 최종장에서 아직도 조작에 미숙한 나를 발견.

- 미니게임은 조라강 래프팅이 제일 쉬웠고, 끝내 다 못 찾았지만 고양이 말 걸기 연출이 제일 재밌었다. 낚시터엔 우와 하고 들어갔다가 한 마리도 못 낚고 나옴.

- 스토리의 기본 뼈대는 흔하지만 탄탄하고 여운이 남았다.

- 젤다가 제법 비중 있어서 놀라웠다.

- 체감 난이도 중상. 내 손으론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던 하이랄 평원의 멧돼지 미션들도 공략 영상 보면 따라 할 수는 있어 다행이었다.

- 역시 2회차 플레이는 못 하겠다.


점잖게 썼지만 실제로는 짜증과 비속어가 함께 했던 플레이. 그때마다 D가 달래가며 게임 시켰음. 힘든 여정이었다. 뿌듯하다기보다 후련한 기분.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만듦새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