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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단어장 외

오래된 수첩 하나.
공부하면서 누구나 다 만들어봄직한 단어장이다.

2003년 10월 29일부터 쓰기 시작.

그런데 첫 단어가 lumpen.

넘겨보아도 이런 것만 잔뜩 적혀있다.
자율학습 시간에 사전 끼고 특정 단어를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마음에 드는 단어 옮겨 적고. 좋아하는 알파벳이나 페이지수 적은 알파벳 파트는 첫장부터 훑어서 탈탈 털고. 신화, 전설 관련 단어가 많아서 그쪽은 파란색, 아닌쪽은 녹색으로 분류해서 쓰다가 나중에는 그냥 검정색으로. 이 제멋대로인 단어장 만들기는 감독 선생님이 돌아다녀도 숨기지 않아도 될, 합법적인(?) 좋은 헛짓거리였다.
어렸을 때는 새로운 말을 접하면 사전 찾아 익히고, 한 번씩 대화에 써먹어보면서 내심 뿌듯해하고 그랬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책 읽다 모르는 단어를 만나도 문맥상 대충 유추하고 넘어가거나, 그러지 못할 때에도 미련없이 지나쳐 어휘력이 전혀 늘지 않는 것 같다. 안다고 생각했던 단어도 나중에 찾아보면 사전적 의미와 거리가 먼 경우도 적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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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에 썼던 수첩 또 하나.
여기도 취향껏.
두 수첩 다 갈색펜을 썼는데, 나는 저 때 갈색펜을 정말 좋아해서 종류별로 9개까지 갖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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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비슷한 무렵 쓰기 시작했던 건데, 지어낸 이야기 하나 둘 반장 분량 정도로 쓰다가 나중에는 그냥 낙서장이 되었다.
한창 노트 반 접어 쓰는 것에 맛들려 있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