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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번역본

sam에서 무료 제공하는 출판사 '더클래식'의 책 열 권. 그 중에 '위대한 개츠비'를 열어봤는데, 어딘가 모르게 들 떠서 방방 걷는 것처럼, 들썩들썩 읽혔다. 다소 산만한 구석이 있었다. 내가 지금 집중을 못해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 이런 분위기의 책인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탓인가, 생각하면서 페이지 넘기다가 일단 접었다.

무료로 제공된 책 중에는 '그리스인 조르바'도 있는데, 마침 '열린책들' 세계문학 앱(ios)에서도 같은 작품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니, 두 출판사 번역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려 번갈아 읽어보았다. 쓰이는 단어는 상대적으로 열린책들이 더 어려운 편인데 오히려 막힘없이 읽힌다. 문맥이 자연스러워 이해하기 쉽다. 대화문같은 경우, 이게 누가 한 말인지 한 번 읽어서는 얼른 알 수 없을 때가 더러 있다. 따옴표 앞뒤로 무조건 줄바꿈이 있을 때가 그러한데 예를 들어,

"그랬지."

A가 말했다.

"정말 그랬어."

이것만 보면 A 혼자 두 마디를 다 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 말에 동조하는 건지 알기 어렵다. 더클래식이 이런식이고, 열린책들은 아래와 같은 식이다.

「그랬지.」

A가 말했다. 「정말 그랬어.」

이렇게 보면 후자임이 확실해진다. 별 거 아닌 거 같은데도, 말을 한 인물에 대해 설명이 붙을 때에는 줄바꿈을 하지 않음으로써 한결 이해가 빨라진다. 큰따옴표 앞에는 줄을 바꾸고, 들여쓰기를 한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열린책들은 큰따옴표가 아니고 낫표를 썼으니까-는 그냥 우스갯소리고, 문법을 절대 고수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읽는 사람의 편의를 위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대화문 나만 잘 못읽는건 아.. 니겠지). 그렇다고 글을 망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긴 문장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열린책들 쪽은 문장 구조도 그렇고, 쉼표도 적절히 써 읽기 편했다. 처음부터 이 출판사 본만 보았다면 몰랐을테지만, 비교해 읽어보니 친절한 느낌마저 받을 정도.

다시 위대한 개츠비로 돌아가서, 초입부터 석연치않은 부분이 있었으므로, 타 출판사 본 미리보기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아-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물론 두 번째 읽는 것이라 쉽게 읽힌 것일 수도 있으나, 더클래식의 번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다른 판본도 썩 만족스럽지가 않아 찾아보니, 원문도 텍스트에 오류가 많아서 1991년에 결정판이 나왔다고. 내가 이상히 여긴 부분들도 이 오류에 해당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국내 번역본들은 어떤 (원서)판본으로 작업했는지 모르겠다. 민음사는 '결정판'이 확실, 2003년에 초판이 나왔고, 2009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으로 보고싶은데, 교보문고 이북은 2006년 출간인 걸 보면 초판인 것 같다. 그래서 문학동네 본을 살까 생각중. 의역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긴한데. 일단 사놓은 책들 마저 읽고.


번역은 당연히 역자의 역량과 출판사의 문제지만, 하필 이런 번역본을 기기에 넣어 제공한 교보문고도 문제. 다른 출판사 본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차라리 넣질 말던가. 엉터리 번역본 보고 빡치면 제대로 된 거 사 읽으라는 고도의 전략인가. 그렇다면 성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