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과 콩자반이 싫다. 멸치로 육수를 낸 맛이 확 나는 국도 싫다. 콩밥도 싫다. 백설기에 들어가는 이름 모를 그 연두색 콩은 좋다. 생각해보니까 껍질 벗긴 콩이면 콩밥도 괜찮을 것도 같다. 검은 콩 껍질 식감은 정말 별로다. 콩 껍질 탓만도 아닌가. 콩나물 대가리도 싫은데. 콩나물 대가리 다 따 버리고 싶다. 숙주나물은 대가리가 연하지만 줄기도 연해서 별로. 콩나물, 국이나 비빔밥에 들어가는 건 숟가락보다 너무 길어서 한 입에 넣기 힘든데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줬으면 좋겠다. 달짝지근한 반찬도 싫다. 특히 물엿에 볶은 쥐포채 같은 거. 단 것보단 차라리 쌉쌀한 맛이 나는 반찬이 좋다. 조금 심심한 맛이 나는 반찬도 괜찮다. 장조림은 예외. 장조림은 조금 짜도 된다. 짜지 않은 건 장조림이 아니야. 무말랭이를 최근에서야 맛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며칠 전 마트에서 사왔는데 젓갈 맛이 강해서 먹기 힘들었다. 결국 다 못 먹고 버렸다. 2000원 어치만 사서 다행이었다. 홍합은 좋아하는데 다른 조개는 별로. 국에 들어가는 마른 조갯살 진짜 싫다. 시금치 싫다. 시금치 들어간 김밥도 싫다. 다진 마늘이라도 씹히면 읔. 구내식당에서 처음 보는 반찬들이 많다. 보릿국? 아니, 왜 그런 뻣뻣한 이파리로 국을 끓이지. 끓여도 질긴데. 브로콜리를 게맛살과 함께 볶아낸다. 아 제발 그냥 데쳐서 초장이랑 주세요. 느끼해서 먹을 수가 없다. 저염식이라면서 간은 또 왜 그렇게 세게 해요. 염분 많은 건 안 되고, 매운 건 상관없나요.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다른 곳과 비교해 감사히 먹었는데, 이제 배가 불렀습니다. 오렌지 네 개를 샀는데 두 개가 썩은 거였다. 썩은 건지 병든 건지 잘 모르겠다. 속이 새카맣게. 작년에 노점에서 샀던 복숭아나 무화과도 그렇고. 나는 싱싱하지 못한 과일을 고르는 재주가 있나. 가뜩이나 과일 잘 안 사 먹는데 자꾸 똥 밟으니까 사기가 무섭다. 한동안 고사리 뫄이쪙 고사리짱짱 거렸었는데, 고사리는 줄기만 먹어야 되는 것 같다. 끝에 오글오글 말려있는 그 부분이 많았던 고사리 볶음 먹고는, 이제 그만 찬양하고 싶어졌다.
EAT & DR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