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일 것 같은데, 왠지 보고싶기도 하고, 보나마나일 것 같기도 한데, 안 보면 아쉬울 것 같은 영화. 결국 봤다. 초반에 등장하는 B급 냄새 물씬 나는 '텔레토비 동산 햇님' 할머니 보고 잠깐 얼이 나갈 뻔. 아- 이거 계속 봐도 괜찮은건가, 했는데, 어, 뭐지? 좋은데? 꼭 한 눈에 봤을 때는 별 감흥 없다가, 들여다보니 곳곳에 재밌는 묘사가 눈에 띄는 그림같다. 특히 대사 센스가 내 취향. 좋다. 웃긴 듯 섬세한 대사를 주조연할 것 없이 살리기도 잘 살려, 입에 착착 붙는다. 배우들 말하는 톤이 아주 개성없이 일관 돼, 누가 무슨 역을 맡아도 상관없을 것 같던 어떤 영화와 드라마가 생각났다. 좋은 배우 데려다 저렇게 밖에 못 쓰나 했었는데, 몬스터는 그런 면에서 낭비 없이 살뜰히 뽑아낸 것 같다.
사실 이민기 전작들이 다 나한테는 별로였어서 이것도 좀 불안했는데, 그래, 이런 거 잘 어울린다, 이런 차분한 역. 그전에는 소리 참 많이 질렀는데 그게 좀 어설퍼 보였다. '퀵'에서는 주연 남녀가 계속 질러대는데 진짜 아오 감정없이 목소리만 커서 귀가 따가웠다. 그때 이후로 둘을 계속 시끄러운 배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죄송합미;ㄴ러;ㅁㄹ. 다른 배우들도, 여러 작품에서 보긴 했어도 깊은 인상은 못 받았는데- 와 연기 잘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영화가 엉성한 느낌이 좀 없지 않아 있는데, 내 취향이라 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