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보는 동안 너무 울어서, 오히려 영화의 감동을 못 다 느낀 것 같다.
웹서핑하다 우연히 포스터 보고 꼭 봐야겠다 싶었는데, 가까운 영화관에선 이미 내렸고 다른 영화관도 어제까지만 상영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다녀왔다. 오후 시간대에 혼자 보는 건 처음이라 내심 걱정했는데, 나까지 관객 5~6명 정도에 다들 멀찍이 앉아 조용히 관람하셔서 좋았다. 내가 계속 쿨쩍거려서 방해될까 죄송했음. 그런데 정말, 안 울려고 해도- 아니, 분명 예측 가능한 장면인데도 막상 보면... 역시 배우보단 관객이 울어야 진짜 감동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요. 감정 전달하는 방법이 세련됐다. 내 표현력이 부족한 게 아쉬울 따름. 잘 우는 편도 아니고, 울리는 영화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는데-이 영화는 감정 추스리고 담담하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장예모, 공리 두 사람 이름에 흥분해서 제목을 '5월의 마중'(그렇게 검색해도 제대로 나왔음)으로 대충 알고 봤다가, 계속 '왜 5일이 아니고 5월이지' 하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혹시 잘못안건가 했다. 원제인 '귀래(歸來)'가 함축적인 의미를 잘 내포하고 있어서 굳이 한국어 제목을 달아야했나 싶기도 하고. coming home 이라는 영어 제목도 괜찮은데. 한국어 제목은 영화 내용적인 면만 축약해서, 딱 그 틀이 보이는 것 같다. 꼭 내가 제목 때문에 중간중간 다른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고.
공리, '게이샤의 추억' 에서 처음 보고 반했었는데, 이 분의 아우라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분위기가 더 짙어져서, 수수한 모습으로 나오는데도 기품있어 보인다. 표정 하나하나 안쓰럽고, 안타깝고, 애잔해서 새삼 반했다.
황후화, 홍등 다음으로, 두 사람 작품 보는 게 세번째인데 다른 것도 찾아봐야겠다. 사실 황후화는 그저 그랬고, 홍등이 좋았음. 정적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연출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