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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UDE

반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형, 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뭘? 물을 세 컵밖에 안 마셨는데 너무 힘들어. 한꺼번에 많이 마시니까 그렇지. 아직 두 컵 더 남았는데... 왜 그렇게 몽땅 마시려는 거야. 오늘 물을 요만큼도 안 마셨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 다 마시려고? 응. 왜? 매일 다섯 컵씩 마셔야 하니까. 꼭 그만큼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응. 어째서? 그건- 어- 그러니까, 나도 몰라. 그럼 괜찮을 거야. 안 돼, 나 바삭바삭 말라 죽으면 어떻게 해. 형은 어제도 두 컵 하고 반밖에 안 마셨는걸. 거짓말쟁이. 정말이야. 그런데 왜 푸석푸석해지지 않은 거야? 음-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응. 너한테만 말해줄게. 비밀인데 나한테 말해줘도 돼? 그러니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겠지? 응, 그럴게. 물을 조금밖에 안 마신 날에는, 더는 못 마실 때까지 물을 계속 마신 다음에 화장실에 가지 않고 바로 자면 돼. 그게 뭐야... 생각해봐, 가뜩이나 몸 안에 물이 모자란데 화장실에 가면 되겠어? 으- 안 될 것 같아. 그래, 그러니까 바로 자 버리라구. 그럼 나는 지금 자면 되는 거야? 조금 늦긴 했지만 아직 괜찮을 거야, 어서 자. 응!
그리고 다음날부터 형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