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은 옷도 없고, 이 시각에 교통편도 여의치 않을 거고, 그리고,
".. 어딘데."
- 시내 쪽에 있는 병원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그 있잖아, 왜. 노란-
"그런데, 내가 지금 좀 바빠서."
지금은 한밤중이고, 나는 집에 일을 가져오는 일이 없었다. 묻지 말았어야 했다. 어디든 갈 생각은 없었다.
- 많이 바쁘냐. 그럼 내일은? 일요일인데.
"글쎄. 일이 많이 밀려서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사실 일을 그만둔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 밀린 것이 있다면 수면 시간일 것이다. 나는 이제 막 잠을 청하려던 참이었다.
- 그래도 웬만하면 한 번 가보지. 남도 아니고,
"미안, 사정이 좀 그래."
잠시간의 침묵.
- 됐어. 나한테 미안할 건 없고, 바쁠 텐데 내가 미안하다. 그럼 마저 해라.
목소리가 곱지 않다. 핑계라는 것을 알 것이다. 왜 내가 사과를 했는지 모르겠다. 왜 네가 서운한 투인지 모르겠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오래지 않아 모기가 이불 밖에서 앵앵 날아다닌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는데도 여전히 기승이다. 잠든 후에 달려든다면야 나도 모른 채로 기꺼이 피를 내줄 터지만, 참을성 없이 벌써부터 날개를 바삐 움직여 대는 것이 얄밉다. 이불 빈틈 사이로 들어오진 않을까, 손으로 더듬더듬 바깥 공기가 닿진 않는지 확인해본다. 일단은 안심이다. 달아나라, 달아나라, 손등으로 이불을 쳐 작게 펄럭여 본다. 10초나 효과가 있을까, 소용없는 일이다.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짜증이 치민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불을 켜야 할 것 같다.
악 소리가 절로 났다. 여러 날 청소를 하지 않았으니, 뭐가 밟혀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이번엔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다른 발을 휘저어 대충 자리를 만들고 앉아 발을 만져본다. 방바닥에서 들러붙은 부스러기 따위가 떨어진다. 움푹 팬 것이 발 가죽이 두껍지 않았다면 찢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덜 아플까 하여 손바닥으로 꾹 누르고 있다가, 노는 손을 뻗으니 맨들맨들하다가도 군데군데 고약하게 삐죽 솟아있는 것이 잡힌다. 이것을 밟은 모양이다. 무엇인지 퍼뜩 떠오르질 않는다.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 있으려니 소리가 익숙한 것도 같다.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아마도, 초침 소리. 시계 같다, 죽은 지 오래 된 작은 탁상 시계. 바늘이 좀 느리게 돈다 싶더니 어느 날 밤부터 초침소리에 맞춰 숫자를 세지 않아도 되었다. 딱히 약을 새로 넣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못내 거슬렸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없이도 나는 잘 지내고 있었다.
".. 어딘데."
- 시내 쪽에 있는 병원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그 있잖아, 왜. 노란-
"그런데, 내가 지금 좀 바빠서."
지금은 한밤중이고, 나는 집에 일을 가져오는 일이 없었다. 묻지 말았어야 했다. 어디든 갈 생각은 없었다.
- 많이 바쁘냐. 그럼 내일은? 일요일인데.
"글쎄. 일이 많이 밀려서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사실 일을 그만둔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 밀린 것이 있다면 수면 시간일 것이다. 나는 이제 막 잠을 청하려던 참이었다.
- 그래도 웬만하면 한 번 가보지. 남도 아니고,
"미안, 사정이 좀 그래."
잠시간의 침묵.
- 됐어. 나한테 미안할 건 없고, 바쁠 텐데 내가 미안하다. 그럼 마저 해라.
목소리가 곱지 않다. 핑계라는 것을 알 것이다. 왜 내가 사과를 했는지 모르겠다. 왜 네가 서운한 투인지 모르겠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오래지 않아 모기가 이불 밖에서 앵앵 날아다닌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는데도 여전히 기승이다. 잠든 후에 달려든다면야 나도 모른 채로 기꺼이 피를 내줄 터지만, 참을성 없이 벌써부터 날개를 바삐 움직여 대는 것이 얄밉다. 이불 빈틈 사이로 들어오진 않을까, 손으로 더듬더듬 바깥 공기가 닿진 않는지 확인해본다. 일단은 안심이다. 달아나라, 달아나라, 손등으로 이불을 쳐 작게 펄럭여 본다. 10초나 효과가 있을까, 소용없는 일이다.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짜증이 치민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불을 켜야 할 것 같다.
악 소리가 절로 났다. 여러 날 청소를 하지 않았으니, 뭐가 밟혀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이번엔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다른 발을 휘저어 대충 자리를 만들고 앉아 발을 만져본다. 방바닥에서 들러붙은 부스러기 따위가 떨어진다. 움푹 팬 것이 발 가죽이 두껍지 않았다면 찢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덜 아플까 하여 손바닥으로 꾹 누르고 있다가, 노는 손을 뻗으니 맨들맨들하다가도 군데군데 고약하게 삐죽 솟아있는 것이 잡힌다. 이것을 밟은 모양이다. 무엇인지 퍼뜩 떠오르질 않는다.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 있으려니 소리가 익숙한 것도 같다.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톡-. 아마도, 초침 소리. 시계 같다, 죽은 지 오래 된 작은 탁상 시계. 바늘이 좀 느리게 돈다 싶더니 어느 날 밤부터 초침소리에 맞춰 숫자를 세지 않아도 되었다. 딱히 약을 새로 넣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못내 거슬렸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없이도 나는 잘 지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