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아까부터 애꿎은 입술만 물어뜯고 있었다. 손은 초조하게 라이터를 만지작거리고, 눈은 불안하게 발아래를 훑었다. 너를 기다리며 다 태워버린 담배 반 갑이 거기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물지 않고서는 네 말을 들을 자신이 없는데. 가서 한 갑 더 사올까, 그 사이 네가 왔다가 그냥 가버리면 어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더딘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약속 시간을 훌쩍 넘긴 너는 내 발밑을 흘끗 보며 옆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담배 하나를 건넸다. 받아들려던 손이 가늘게 떨리는 바람에 그만 담배를 투욱 떨어뜨리고 말았다. 황급히 주워들어 후후 먼지를 털어내 불을 붙이는 동안 네 한숨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이, 고르지 못했다. 필터까지 다 타들어간 담배를 쉬이 놓지 못하.. 더보기 이전 1 ··· 202 203 204 205 다음